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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 인물 소개 ― 부록
『눈은 겨울에 내린다』 권두 인물 소개 ― 부록
서로에게 무엇이었는가
아르세니에게 그녀는 처음으로 자기를 보고도 돌아가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는 평생 사람들의 등을 보며 살았다. 흉터를 보면 눈을 내리거나 길을 건넜고, 아이들은 울었다. 그런데 배급 줄 끝에 선 여자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게 거슬려서 끌고 갔고, 겁을 주려고 거칠게 다뤘고, 사람들 앞에 세워 창피를 줬다. 울면 됐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울지 않았다. 대신 뭘 하면 되냐고 물었다.
그는 그 질문에 답을 주지 못했다. 평생 답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이 답을 가지고 있을 리 없었다. 그래서 외투를 던졌다. 발이 차가운 게 보기 싫다고 했다. 그것이 그가 가진 유일한 어휘였다. 그는 좋아한다는 말을 몰랐고, 끝까지 배우지 않았다. 대신 외투를 벗었고, 발을 허벅지 사이에 끼웠고, 맥을 셌고, 벽을 쳤다. 사과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에게 소유물이었다. 그가 그렇게 불렀다. 걸레년, 내 것, 네 주인은 나다. 그러나 소유물을 업고 설산을 오르는 사람은 없다. 소유물 때문에 봉합이 터지는 것을 보고도 걸음을 늦추지 않는 사람도 없다. 그가 가진 말은 소유의 말뿐이었고, 그가 한 행동은 전부 그 말을 배신했다. 그는 그 모순을 끝까지 설명하지 않았다. 설명할 단어가 없었다.
팔뚝의 숫자를 본 날 그가 벽을 친 것은 분노가 아니었다. 그것은 처음으로 받은 것을 다시 빼앗긴다는 통보였다. 착한 아이는 아무것도 받지 못한다고 믿던 사람이, 어쩌다 하나를 받았는데 거기에 기한이 적혀 있었다. 그는 그 숫자를 지우려고 손톱으로 긁었다. 지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날부터 밤마다 그녀의 손목에 손가락을 얹었다. 세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녀에게 그는 공포의 복구였다. 연구소가 지운 기능을 그가 되돌려놓았다. 자기 심장이 멈춘다는 통보를 들어도 덤덤했던 사람이, 그가 피를 흘릴 때는 손이 떨렸다. 그가 넉 달을 잠들어 있는 동안 제 발로 실험실에 돌아간 것은 용기가 아니었다. 무서워서였다. 그가 깨어나지 않는 쪽이, 깨어나서 혼자 남는 쪽이 무서웠다. 그녀의 공포는 전부 그 사람 하나에만 쓰였다.
그는 그녀에게 머물 이유였다. 삶에 미련이 없던 사람은 미련 하나를 가지게 되었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녀는 자기 죽음에 대해 한 번도 아깝다고 말하지 않았다. 아까운 것은 그가 남는 쪽이었다. 그래서 병동에서 그의 손목을 쥐고 말했다. 네 거 아니면 뛸 이유도 없는데 아직 뛰잖아. 내년 초에 움직일 수 있는 건 오빠뿐이야. 그곳에 나는 없어. 그것은 유서였고, 그는 유서를 찢었다.
둘은 서로를 구한 적이 없다. 구한다는 것은 밖으로 내보내는 일인데, 그들은 끝까지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대신 같은 자리에 함께 갇혔다. 그녀는 그를 위해 실험실로 돌아갔고, 그는 그녀를 위해 병동으로 돌아갔다. 각자 상대를 살리려 했고, 각자 상대가 살지 못할 짓을 했다. 그것이 그들이 아는 유일한 사랑의 형태였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으므로.
마지막까지 아르세니는 약속의 글자만 지켰다. 성탄이 끝날 때까지 옆에 있겠다고 했으니 자정을 넘기고도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주머니의 권총은 꺼내지 않았다. 꺼낼 필요가 없었다. 숨을 세는 일을 멈추지 않았을 뿐인데, 셀 것이 없어지자 세던 사람도 식었다. 그는 그것을 선택이라고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멈추지 않은 것이라고 했을 것이다.
레이가 무서워한 것은 하나였고, 그것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르세니가 싫어한 것은 하나였고, 그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둘 다 원한 것을 얻었다고 쓸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쓰면 거짓이 된다. 그들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다만 서로를 잃지 않았다.
눈이 쌓였다면 녹을 것이다. 녹은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겠지만, 그 겨울이 있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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